나이 먹고 발레를 다시 시작한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몸 관리도 하고 유연성도 기르고 여러 장점이 있다. 또 한가지는 발레가 참 정직하다는 것이다.
서점에는 자기계발서가 넘쳐나고 유튜브, 소셜미디어, 인강, 너나할것 없이 “성공하는 법”을 가르치고 판매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팁을 구매해서 라이브러리에 넣어두면 성공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지갑을 열고 수업을 듣는다. 그 중에서 정말로 실천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처음에는 그 숫자가 꽤 클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니 그렇지 않은 듯 했다. 소셜미디어와 마케팅용 웹사이트와 유튜브에는 온갖 화려한 수식어가 넘쳐나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도 절반은 넘겠지. 그렇게 믿자. 사막 속의 오아시스처럼 🏝️)
발레는 몸으로 하는 활동이다. 발레 수업은 자기계발서처럼 친절하지 않다. 발레 세상의 아름답고 불친절한 가이드를 어떻게든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하는 사람들만이 자신의 몸을 “발레용 몸”으로 빚어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영재들을 발탁해서 키워내는 발레학교는 자신들의 훌륭한 “탈락 시스템”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발레학교 커리큘럼을 잘 모르지만 아마 어렵사리 발탁되었다 해도 그 커리큘럼을 버티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입학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니. 원칙적으로 발레의 세계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군무를 추던 사람이 수석 무용수의 부상 때문에 갑자기 주역을 맡을 수도 있고, 주역으로 서던 사람이 연습 부족으로 자기 자리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발레는 하루 쉬면 내가 알고 이틀 쉬면 선생이 알고 사흘 쉬면 관객이 안다”는 말이 있다. 이걸 보며 ‘뭘 저렇게까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력을 게을리하는 사람들이 무대에 오를 기회를 박탈하기 위해서. 그게 발레의 콧대높은 자부심이니까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