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카페에서 시작된 질문

늦은 오후, 캠퍼스 근처 작은 카페.

우주는 테이블에 커피를 내려놓자마자 입을 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그의 목소리는 단단했고, 말은 쉴 틈 없이 흘러나왔다.

“형,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그냥 ‘투자 상품’으로만 생각하는 게 나는 제일 답답해요.

물론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에요.

비트코인은 인류가 만든 최초의 검열 불가능한 디지털 희소 자산이에요.”

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우주의 설명은 이미 시작되었고, 끝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보통 디지털은 복제가 무한히 되잖아요. 음악 파일, 사진, 문서… 복사하면 원본과 구분도 안 가죠.

근데 비트코인은 달라요. 전 세계에 흩어진 수만 대의 컴퓨터가 하나의 장부를 동시에 기록합니다.

그래서 누가 얼마를 갖고 있는지가 네트워크 전체에서 합의돼요.

이 구조 때문에 이중지불도 불가능해졌죠.

이게 없었으면 비트코인은 그냥 사이버머니 사기 중 하나로 끝났을 거예요.”

승관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우주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더 힘을 주어 말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중앙이 없다는 것이에요.

은행 계좌는 은행이 닫으면 끝이지만, 비트코인은 전 세계 노드가 동시에 장부를 검증하니까 누구도 마음대로 멈추거나 빼앗을 수 없죠.

FUD 중 하나가 ‘정부가 금지하면 끝난다’인데, 이미 수십 개 나라에서 금지했지만 네트워크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어요.

검열 불가능, 이게 핵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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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사토시와 첫 피자

우주는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곧장 역사 이야기를 꺼냈다.

“2008년 금융위기 기억하시죠? 은행들이 무너지고 정부가 돈을 무한정 찍어냈던 시기.

그때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비트코인 백서를 올렸습니다.

제목은 ‘P2P 전자화폐 시스템’. 지금 우리가 아는 모든 원리가 거기에 담겨 있었어요.”

승관은 눈을 크게 뜨며 들었다.

“사토시는 단순히 기술자가 아니었어요. 그는 철학자이자 엔지니어였죠.

그는 은행을 믿어야만 유지되는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정확히 짚어냈고,

‘이제 개인이 스스로 돈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선언한 겁니다.”

우주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2009년 1월 3일, 첫 블록이 만들어졌습니다. 제네시스 블록이라고 부르죠.

그 안에는 ‘영국 재무장관, 은행 구제금융 직전’이라는 신문 헤드라인이 새겨져 있어요.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분명한 선언이었던 거죠.

‘이제는 정부가 아닌 우리가 화폐를 만든다.’”

승관은 흥분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우주는 기다렸다는 듯 다음 장면을 꺼냈다.

“그리고 2010년,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비트코인 피자데이.

라즐로라는 개발자가 피자 두 판을 주문하면서 1만 BTC를 지불했어요.

그때는 ‘드디어 현실에서 비트코인으로 뭔가를 살 수 있다’는 게 중요했죠.

지금 기준으로는 천문학적인 돈이지만, 그 한 사건 덕분에 비트코인은 ‘실제 화폐’라는 인정을 받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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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시간과 돈

우주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하지만 열정은 오히려 더 짙어졌다.

“형, 돈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에요. 돈은 시간선호도를 바꿉니다.

화폐 가치가 계속 희석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미래를 포기하고 현재만 즐기게 돼요.

이게 높은 시간선호도죠.

짐바브웨,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에선 사람들 모두가 당장 먹고 쓰는 데 몰두해요.

미래를 계획할 수 없으니까요.”

우주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반대로 화폐가 희소하고 건전하면 사람들은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저축, 투자, 과학과 예술… 이런 것들이 꽃피우죠.

그게 낮은 시간선호도예요.

비트코인은 바로 이런 건전화폐의 특성을 가진 디지털 화폐입니다.

2100만 개라는 절대적 한계 덕분에 인위적으로 희석되지 않아요.

이건 단순히 돈값이 안정된다는 걸 넘어서, 사람들의 삶을 미래 지향적으로 바꾸는 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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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건전화폐의 계보

우주는 잠시 고개를 기울이며 역사를 짚었다.

“건전화폐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금본위제였어요.

19세기 유럽과 미국은 금에 화폐 가치를 연동했죠.

그 결과 물가는 수십 년 동안 안정됐고, 무역과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 정부는 약속을 깨고 화폐를 마구 찍어냈습니다.

결국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달러와 금의 교환을 완전히 끊으면서 우리는 완전한 법정화폐 시대에 들어섰죠.”

그는 손가락으로 공중에 원을 그리며 결론을 내렸다.

“건전화폐란 발행량이 임의로 조정되지 않는 화폐예요.

금이 그랬고, 이제는 비트코인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물리적으로 불편했던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건전화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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