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에서 사이렌의 강은미처럼 행동할 것인가? 하면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할리퀸 같은 코믹스적 악역 캐릭터나 캡틴마블처럼 지 혼자 신나서 뛰어노는 여자 영웅 서사에 익숙해진 나에게 강은미는 그닥 충격적인 캐릭터가 아니었고 나에게 소화기 던지는 강은미와 베프가 될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그런 강은미를 스크린 속 캐릭터로서 즐겁게 볼 수는 있었음. (실제로 당했으면 아 이 ㅆㅂ년이 하고 욕하다가 나중에 끝나고 술 한잔 하며 풀든가 했을듯) 근데 세상에는 허구로라도 그런 캐릭터를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있고 그런 여자들은 아마도 사이렌의 강은미를 좋아할 일은 평생 없을 지도 모른다. 사이렌은 여러모로 현실과 동떨어진 셋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용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 갯벌부터 넘 충격적이기도 했고...
그런데 회사에서 일할 때 보면 강은미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종종 그런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 현실은 직접 매출에 쪼들려가면서 어떻게든 프로젝트 마무리하려고 남들 바짓가랑이 부여잡고 통사정하고 온갖 구질구질한 짓거리 해가며 머리 쥐어뜯는 경험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음. 사이렌의 강은미 정도는 그렇게 심각한 수준이 아닌데. 세상에는 정말 심각한 양아치가 많은데 사람들이 꽃밭에만 살다 왔는지 아니면 진흙탕에만 살아서 강은미에게서도 진흙만 본 건지. 애니웨이. 나는 그런 사람들 스쳐지나가며 잘 피해다닌 덕분에 그런 거부감이 없는 걸까. 운이 좋은 편이긴 했다. 하지만 그게 순전히 그냥 운이기만 한가? 그건 아니지. 내가 그런 사람들로부터 “살아남은” 것이라면 그건 내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니 지금 내 눈건강이 이모양 이꼴이지.
강은미를 개인적으로 싫어하건 좋아하건 성인으로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유지하고 사회생활을 하려면 강은미같은 여자들과 어디서든 마주치게 된다. 조직생활에서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안전함을 느끼는 사람만 쏙쏙 골라서 협업을 할 수 없으니까. 사이렌처럼 안전하게 잘 다듬어진 경쟁 서사도 견뎌낼 수 없는 여자들이 큰 조직 생활을 잘 견뎌내리라 생각하기 어렵다. 그들에게는 다른 천직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