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 좋아한다고 되게 귀엽게 어필하던 연하남이 있었는데, 내가 평소에 정치나 시사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나한테 어필하고 싶어서 자기가 읽고 있는 정치 관련 책 이야기 하고, (무슨 독서모임 발제하시는 줄) 한국 역사 이야기 하고, 하여튼 나를 만날 때마다 지식 어필을 하던데. 내가 걔보다 학벌이 좋기는 해도 내가 세상 모든 지식을 다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 (내 머리가 인터넷은 아니잖아)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을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는데, 걔는 내가 진지하게 들으면 오히려 되게 부끄러워 하더라. 자기한테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사람을 볼 때 오히려 더 허세 부리고 거짓말하는 남자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그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웠다. 그래서 걔랑 잘 됐으면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허물 수 없는 취향의 벽이 있기는 하더라고. nostr:note1w54gf569ef77h0dlzr5x449h6zq3y23686ke0hfgs773r27ycktqgex34f
Discussion
내가 외국 역사나 정치에 관심이 많으니까 걔는 오히려 한국 역사에 대한 지식으로 어필을 했는데, 그 어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동아시아 정치 관련 책을 읽고 있다고 했을 때는 그게 노림수라는 게 너무나 느껴졌지만 굳이 그걸 선택 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어서 그냥 열심히 귀를 기울였고, 근데 또 눈치가 빨라서 내가 자기를 되게 잘 받아 주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또 어필을 하더라고. 메타인지까지 다 끌어와서 어필을 하는데 어떻게 거기에 넘어가주지 않을 수가 있어? 그 정도로 정성을 들이는데. 물론 이런 것도 적당히 연기를 해서 연출할 수 있는 독사같은 새끼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어쨌든 사기꾼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은 정말 좋아하는 마음이 있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노력하지 않지. 그 정성이 고맙고 좋은 거야.
나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자신의 진실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나의 미래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해 주기까지 하는데. 내가 멍청하게 살다가 독사한테 물려서 갑자기 죽기라도 하면 그런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하겠어. 사랑을 많이 받을 수록 더 조심하면서 살아야 하고, 사람을 보는 눈도 더 깐깐해져야 하고, 종종 그런 생활이 외롭게 느껴지더라도 그걸 견딜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랑은 공짜가 아니지. 내 부모님이 주는 사랑도 공짜가 아닌데 어떻게 타인의 사랑이 공짜일 수가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