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다 보니 구남친에게 좀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그는 아주 전형적인 한국인이라서 그의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과의 대인관계, 그리고 그 관계에서 오는 사회적 압력 덕분에 그나마 정상적인 기능을 하며 사는 사람 같았다. 그런 게 없었다면 머리만 좋은 외골수가 되어 평생 이상하게 살았을 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

어렸을 때는 사람이 머리만 좋고 심성만 순하면 다른영역도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 구남친을 만나면서 인간은 참 복잡한 존재라는 사실을 배웠고, 머릿속에 지식이 많고 그걸 처리하는 능력이 좋은데 인간으로서의 사회적 감각이 결여되었거나 그 감각이 거의 발달되지 못 한 구닥다리 컴퓨터 같은 사람들이 어떤 정치 사상 같은 것에 잘못 경도되면 얼마나 이상해질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많이 관찰했음... 어쩌면 그는 나를 보면서 똑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의 나는 페미니즘 때문에 엄청 흥분한 상태였으므로. 하지만 나는 페미니스트로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인적 네트워크의 확장을 통해 나의 사회적 감각을 많이 업데이트했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 우물 안에 앉아서 정치 팟캐스트만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는 사회적 감각을 업데이트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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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헤어지고 나서 소위 말하는 “스펙 좋은”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런 경험과 무관하지 않지. 구체적인 스펙이 중요한게 아니고 그냥 나는 사회성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것 같아. 그걸 증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지표가 “스펙”이었을 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균형잡혀 있고, 뒤틀린 욕망이 없고, 건강한 사고 습관이 있고, 건강한 운동 습관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 사람을 만나려고 나 스스로도 계속 업데이트를 시도하다 보니 결국은 내가 그런 사람에 더 가까워진 것 같기도. 이게 뭐지 큰바위얼굴인가... https://christianlife.nz/archives/15136/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