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나에게서 심리적 위협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연상의 남자였지만 딱히 리더십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나는 그게 항상 싫었어. 처음에는 그런 오타쿠같은 수줍음이 귀여워서 사귄거였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나는 리더로서 계속 성장하는데 그 사람은 방구석 혼술러 라이프를 벗어날 생각이 없는 게 답답했지. 그러면서도 결혼은 하고싶어하고. 그러나 결혼을 위해 노력할 의지는 없고. 내조 담당으로서 좋은 서포터가 되어줄 생각도 없고.
자기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로 나를 테스트하고 싶어했던 그 사람의 마음을 이제는 알 것도 같다. 그 정도 수준의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자기가 우리 관계에서 비토를 행사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협상력이 없다고 판단한 걸까. 그런 나약한 마음을 이렇게 굳이 읽어주고 있는 것조차도 싫다. 더 일찍 헤어지는게 서로에게 더 나은 결말이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