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에 사귀던 남자친구는 연구자는 아니지만 그 비스무리한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진지한 연구자 스타일은 아니었던 모양이야. 그 관계 이후로 나는 “진지한” 내향인 타입들이 싫다.
Discussion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나에게서 심리적 위협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연상의 남자였지만 딱히 리더십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나는 그게 항상 싫었어. 처음에는 그런 오타쿠같은 수줍음이 귀여워서 사귄거였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나는 리더로서 계속 성장하는데 그 사람은 방구석 혼술러 라이프를 벗어날 생각이 없는 게 답답했지. 그러면서도 결혼은 하고싶어하고. 그러나 결혼을 위해 노력할 의지는 없고. 내조 담당으로서 좋은 서포터가 되어줄 생각도 없고.
자기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로 나를 테스트하고 싶어했던 그 사람의 마음을 이제는 알 것도 같다. 그 정도 수준의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자기가 우리 관계에서 비토를 행사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협상력이 없다고 판단한 걸까. 그런 나약한 마음을 이렇게 굳이 읽어주고 있는 것조차도 싫다. 더 일찍 헤어지는게 서로에게 더 나은 결말이었을지도.
인간관계의 문제는 언제나 쌍방에 있는 것이므로 지나간 관계에 대해 일방적으로 글쓰는 행위는 자제하는게 여러모로 현명하지만, 이 관계를 이렇게 정리하는게 나의 다음 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저 자기 좋을 대로 생각하니까. (Availability bias)
그 사람 이후에 만난, 여러모로 뛰어나고 훌륭한 능력치를 가진 남자친구들에게는 “내 사랑은 너에게 과분해” 같은 드라마퀸 같은 대사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하지는 않았지만 변형 버전으로 던지긴 한 듯..). 하지만 이 사람에게는 차마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어. 약자를 향한 일방적인 폭력은 처벌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