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한량 모드일 때는 퍼블릭에 많은 글을 쓸 수 있지만 연구자 모드일 때는 그럴 수가 없는 게 아쉽다. 트위터에 글을 많이 쓴 것도 연구자(가 되기 위한 견습생) 생활의 외로움을 견딜 방법이 필요해서였는데 전문 지식이라는게 그렇게 주절주절 일기같은 형태로 퍼블릭에 계속 공유되는 것은 공익에도 좋지 않고 더 나아가서 나의 평판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으므로...

비슷한 생활을 하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다 비슷한 것 같아. 그렇지만 전문가가 되는 길이라는 건 어느 정도의 외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길이고.. 내가 대학원에 입학할 때는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안 해줬다. 해줬으면 안 갔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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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ussion

그 당시에 사귀던 남자친구는 연구자는 아니지만 그 비스무리한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진지한 연구자 스타일은 아니었던 모양이야. 그 관계 이후로 나는 “진지한” 내향인 타입들이 싫다.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나에게서 심리적 위협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연상의 남자였지만 딱히 리더십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나는 그게 항상 싫었어. 처음에는 그런 오타쿠같은 수줍음이 귀여워서 사귄거였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나는 리더로서 계속 성장하는데 그 사람은 방구석 혼술러 라이프를 벗어날 생각이 없는 게 답답했지. 그러면서도 결혼은 하고싶어하고. 그러나 결혼을 위해 노력할 의지는 없고. 내조 담당으로서 좋은 서포터가 되어줄 생각도 없고.

자기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로 나를 테스트하고 싶어했던 그 사람의 마음을 이제는 알 것도 같다. 그 정도 수준의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자기가 우리 관계에서 비토를 행사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협상력이 없다고 판단한 걸까. 그런 나약한 마음을 이렇게 굳이 읽어주고 있는 것조차도 싫다. 더 일찍 헤어지는게 서로에게 더 나은 결말이었을지도.

인간관계의 문제는 언제나 쌍방에 있는 것이므로 지나간 관계에 대해 일방적으로 글쓰는 행위는 자제하는게 여러모로 현명하지만, 이 관계를 이렇게 정리하는게 나의 다음 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저 자기 좋을 대로 생각하니까. (Availability bias)

그 사람 이후에 만난, 여러모로 뛰어나고 훌륭한 능력치를 가진 남자친구들에게는 “내 사랑은 너에게 과분해” 같은 드라마퀸 같은 대사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하지는 않았지만 변형 버전으로 던지긴 한 듯..). 하지만 이 사람에게는 차마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어. 약자를 향한 일방적인 폭력은 처벌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성격이 강하니까 내멋대로 쉽게 휘두를 수 있는 사람들을 연애 상대나 친구로 선호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개꼴통 상머저리새끼들을 만날 때마다 화가 나지만 이제는 화내기도 지친다. 그런 나약해빠진 인간들한테는 관심 없다고 말해주기 위해서 내가 온갖 연애사 TMI까지 털어가며 개막장 서커스를 해주지 않았나? 쇼가 더 필요한가? 누구를 위해서?

SNS에서 혼자 썽내지 말라고 당장 어제 에베베 놀리고 나왔는데 이 타래 쓰면서 나도 다시 분노가 올라오네. 쉬어야할듯.